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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정보/제철수산물(여름)

[벤자리(5~7월)] 여름철 최고의 횟감, 벤자리

by 호또돔 2023. 7. 10.

벤자리라는 생선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들어보는 물고기 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벤자리는 아열대성 어류로, 국내에선 여름철 수온이 높아졌을 때만 제주도나 추자도 여서도 등 남해 먼바다 일대에서만 소량 어획되는 어종이기 때문이지요. 벤자리 성체는 60cm까지 자라며,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이기에 국내에서는 여름철 잠깐 제주도나 남해 먼 바다 일대까지 올라오고, 자연산 벤자리는 그 시기에 한해서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선입니다. 

제주도의 횟집에서는 일반적으로 ‘벤자리돔’이라 판매합니다. 표준명 벤자리가 맞으나 일반적으로 돔, 도미라는 이름을 붙이는것이 고급어종으로 마케팅 하기 쉽고 판매하는데 이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예로, 독가시치라는 어종이 있는데

제주도에서 잡은 독가시치

표준명 독가시치의 제주방언은 따치 입니다. 하지만 시장이나 횟집에서는 ‘따돔’이라는 명칭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꽃돔 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홉동가리도 같은 예이지요. 유독 관광객이 많은 제주의 수산시장 및 횟집에서 돔을 붙인 마케팅이 많으니 혼동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름이 어쨋던 간에 제철을 맞은 벤자리는 그 어떤 돔과 비교하여도 손색없을 정도의 고급어종입니다.

 이러한 벤자리의 산란철은 7~9월로 이시기에 벤자리는 산란을 위해 제주도 연안까지 올라와 많이 어획됩니다. 낚시객들에게 강렬한 손맛을 주기도 하고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회 맛을 선사하지요.

벤자리

 
 벤자리는 크기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 부르는데, 벤자리의 새끼는 아롱이라 불리며 30cm가 넘어가는 경우 벤자리로 불리고 40cm가 넘어가는 큰 개체는 돗벤자리라 칭합니다. 거거익선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름철 돗벤자리는 그 어떤 생선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회 맛을 자랑합니다.  
 
 저는 올해 벤자리를 여러차례 먹었는데 여러 번의 벤자리를 먹으며 느낀 점들을 오늘 포스팅하려 합니다.
 
 제가 처음 벤자리를 접한건 올해 5월, 제주도 올레시장에서였습니다. 올레시장을 구경하던 와중 우연찮게 한 횟집에서 벤자리를 취급하는 것을 발견하여 구매하였습니다. 7~9월의 산란기로 미루어 보아, 5~7월이제철이지요.

 이날 벤자리의 크기는 대략 40cm 남짓 되며 800g 짜리 성체였습니다. 당시 벤자리의 가격은 kg당 80,000 원으로 굉장히 비싼 어종에 속하였고 같은 횟집의 고급어종인 벵에돔은 70,000원, 돌돔은 120,000원 수준이었습니다. 제주도 내에서도 벵에돔보다는 조금 더 위, 돌돔보다는 조금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5월 올레시장 에서 구입한 벤자리 회 원물 800g 기준 64,000원

 벤자리는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히비끼로 먹어도 맛이 있는데요. 이날의 벤자리는 특별히 사장님께 부탁하여 반은 껍질채, 반은 순살 형태의 필렛으로 부탁드려 숙소에서 토치질 하여 히비끼로 먹어보았습니다.
 
 800g 정도로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이 벤자리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름이 잔뜩 올라 특별한 맛을 선사하였는데요, 단연코 제가 먹었던 회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라고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활어 상태라 쫄깃한 탄력을 가지며 은은한 단맛과 대방어와 같은 기름짐이 느껴졌습니다. 감칠맛과 기름짐, 식감의 밸런스가 최상의 맛을 선사하였습니다.
히비끼나 순살이나 모두 맛있었습니다. 돌돔보다도 맛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급진 횟감이었습니다.
 
 이날 벤자리의 맛을 잊지 못하여 7월 제주도를 다시 한번 방문하였는데요, 운이 좋게도 비슷한 크기의 벤자리를 낚시로 잡아 직접 공수할 수 있었습니다.

7월 초 제주도 연안 방파제 에서 밤낚시로 낚아올린 30cm 중~후반 급 벤자리

 제 한 뼘이 대략 20cm 보다 좀 더 큰 걸 감안하면 30cm 중반 급 벤자리로 보입니다. 5~600g 정도이지 않을까 추정합니다.(계측자와 저울을 잘 챙겨야 할 것 같네요) 

직접잡은 벤자리로 뜬 히비끼 회(좌측)

 위 사진은 낚시로 잡아 올린 벤자리로 뜬 회입니다. 그러나 이때의 벤자리는 5월에 먹었던 벤자리와는 사뭇 다른데요, 사진에서 보면 알다시피 5월과 달리 기름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살도 무르고 푸석푸석한 느낌이었습니다. 맛도 역시 맹탕이였는데, 기름짐도 감칠맛도 없는 그냥 회에 불과하였습니다. kg당 80,000원을 주고는 절대 먹고 싶지 않은 회였습니다. 
 
 벤자리의 크기에는 그렇게 많은 차이가 없는데 불과 2달 사이 제철이 바뀌기 라도 한 것일까요?
사실, 이날 낚시로 잡은 벤자리는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올라온 벤자리였는데요, 수컷이 아닌 암컷으로 만삭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배가 빵빵하게 알로 차 있었습니다. 즉,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가 아닌 산란에 임박하여 모든 영양분이 알에 집중되어 있는 시기였지요. 벤자리를 잡은 건 운이 좋았지만, 아쉽게도 그때의 그 맛을 재현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벤자리의 알이 꽉 차있었고 아쉬운 대로 벤자리의 알을 넣고 알탕을 끓였는데요 확실히 알에 모든 영양분에 집중되어 있는지 알은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비슷한 알은 찾자면 명란과 비슷한데,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벤자리 알탕

알은 분명 맛있었으나 맹탕이 돼버린 살을 생각하면 얻은 거에 비하여 잃은 것이 너무 큰 벤자리였습니다.
 그렇다면 벤자리는 언제 먹어야 할까요? 제철은 5~7월이라 적었지만, 벤자리의 산란철은 앞서 말한 듯이 7~9월입니다. 즉, 7월의 벤자리는 산란의 여부와 알이 많이 배었는지에 따라 맛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아니라면, 제주도를 찾은 분들은 대부분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추억을 쌓아야 할 텐데 이러한 리스크를 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5~6월에 먹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횟감이 아니라면 여름철 벤자리는 어느 때나 즐기셔도 상관없습니다. 벤자리의 살은 열을 가하면 단단해지는데 흡사 닭고기와 같은 식감을 가집니다. 꼭 회가 아니여도, 구이나 조림 모두 맛있습니다. 당연 횟감이 아닌 경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데 5월 제주도 올레시장에서 선어 벤자리를 kg 당 20,000원가량에 구입하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벤자리의 경우 간장조림이 별미입니다. 입질의 추억님께서 업로드하신 벤자리 관련글이나 유튜브를 참고하셔서 한 번쯤 접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요.
 
 5~6월에 오직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횟감이라 생각하면 희소성도 크고 그 맛이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겨우 회 한번 먹자고 제주도 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벤자리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산 양식 벤자리입니다.
 물론 양식이라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벤자리라는 어종자체가 생소하여 이를 취급하는 횟집은 거의 없는데요, 고급 일식집이나 유명 오마카세에서 가끔 내어주는 횟감이지요.
노량진수산시장의 경매장을 새벽에 방문하시면 지금철 일산 양식 벤자리가 종종 유통되고 이러한 벤자리를 살아 있는 상태로 구매할 수는 있습니다.
손질은 노량진 수산시장 내 업체나 직접 한다는 가정하에 벤자리를 즐길 수 있겠지만 이 역시도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지요.
  
 저는 아쉬운 대로 서울수산을 모니터링하며 벤자리 입고소식을 기다리곤 합니다. 이때 구하고자 하는 벤자리는 물론 1kg가 넘는 돗벤자리입니다. 양식이라도 당연 크기가 크고 기름이 많이 찬 돗벤자리가 귀하고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서울수산에 대한 정보는 아래링크의 저의 이전 게시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2023.07.09 - [수산물정보/슬기로운 수산생활] - [서울수산] 일반인도 도매가에 회를 구할 수 있다고 ?

[서울수산] 일반인도 도매가에 회를 구할 수 있다고 ?

오늘 포스팅드릴 업체는 노량진에 위치한 '서울수산'입니다. 그냥 노량진에 있는 소매점을 포스팅할 이유가 있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가 소개드리는 곳은 소매점이 아닌 도매점 '서울수

hoddodom.tistory.com

 
 

서울 수산에서 구매한 돗벤자리 반필렛 좌측 원물 1.8kg/ 우측 원물 1.6kg 

 위 사진은 제가 서울수산에서 구매한 벤자리 반필렛입니다. 좌측사진은 6월에 구매한 1.8kg짜리, 우측은 1.6kg짜리로 모두 구하기 어려운 크기였습니다. 다만 사진에서 보시면 알다시피 200g 더 큰 좌측의 벤자리가 하얀 기름층이 더욱 올라와 있습니다. 크기의 차이인지, 시기의 차이인지 혹은 그저 개체의 차이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히 좌측의 벤자리가 기름짐이 풍부하여 맛있었습니다. 물론, 우측벤자리의 경우도 기름이 많이 올라와 충분히 맛이 있었습니다.
 
 이때 구입한 돗벤자리의 단가는 kg당 37,000 원으로 돗벤자리가 아닌 일반벤자리의 단가 34,000원 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었습니다. 그 맛에 비하여 큰 가격차이는 아니기에 구할 수 있다면 가급적 큰 돗벤자리를 구하시길 권장합니다. 돗벤자리의 필렛손질비용 단가 kg당 4,000원을 추가하여도 kg당 41,000원으로 제주도의 수산시장보다 거의 절반가량 저렴한데요, 이는 소매점과 도매점의 차이도 있으며 자연산과 일산양식이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뭐가 절대적으로 더 낫다고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산 양식의 경우 맛은 어떨까요?

1.6kg 일산 양식 돗벤자리 회

 1.6kg 짜리의 양식 돗벤자리는 등살이고 뱃살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살밥이 차서 기름지고 맛이 좋았습니다. 다만 새벽에 필렛을 예약하고 그날 저녁에 먹어 대략 반나절 이상 숙성이 되어 활어의 탱글탱글한 식감은 없어 아쉬웠습니다. 또한 자연산에 비해 기름기가 조금 과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분명 맛있는 회임에는 틀림 없으나, 돗벤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5월에 느꼇던 자연산 벤자리의  맛에는 조금 못미치는 맛이였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의 입맛에 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kg당 4만 원 대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이 가격대에서는 구할 수 있다면 꼭 먹어봐야 할 횟감이라 말씀드립니다. 지금철 비슷한 가격대이며 같은 일산양식 횟감인 줄무늬전갱이와 비교한다 하여도 저는 돗벤자리를 선택할 만큼 맛있는 횟감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만약 5~6월경 제주도를 방문하신다면, 서귀포 올레시장에 들러 크기가 40cm 정도 되어 보이는 벤자리를 꼭 드셔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제주도에서 만 먹을 수 있는 자연산 벤자리는 맛은 물론이고 희소성도 있는 음식이니 좋은 추억으로 남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회 하나 먹겠다고 제주도에 갈 순 없는 노릇이니 벤자리의 맛이 궁금하시다면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 혹은 서울수산을 방문하셔서 벤자리를 구해보십시오. 일본 양식산이라는 것이 방사능 문제로 조금 찝찝하긴 하나, 크게 개의치 않는 분들에게는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횟감대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입니다.